너무너무 어렵다...데리다와 베르그송 나오고부터 이해가 되지 않았다.3번은 읽어야 할것 같다. 그래서 기억나는 내용을 끄집어 내보는 것으로 내용을 대체한다.
#잠재성이란?
잠재성의 개념의 시작은 라이프니츠로부터 왔다. 라이프니츠가 그 유명한 [주름]의 개념을 제시했다. 주름은 다양체이다. 주름의 특징 중하나가 환원불능성이다. 왜냐하면 주름은 접힘으로써 어떤 가능성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결국에는 한 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이자 부분이라는 성질을 갖는다.
잠재성과 가능성을 구분한다. 잠재성은 현실화(actualize)와 연관된다. 가능성은 실재화(realize)와 연관된다. 가능성은 동일성을 기반으로 실재화되는 것이다. 잠재성은 우유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서로 다른 수십가지의 치즈가 되는 것이다. 우유자체가 이미 치즈라는 성질을 함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잠재성은 없던 것이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어떤 차이의 과정을 거쳐 현실화된다. 즉 잠재성은 이미 실재한다. 가능성은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리포그람
리포그람은 oulipo (잠재태 문학의 공동작업실/울리포)에서 나온 작업중 하나이다. 이들은 엄격하게 정해진 규칙과 제약 또는 구속을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문학의 잠재태를 발현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장치로 보았다.
그래서 e를 제외한 단어를 이용하여 소설 [실종]을 썼다. 이 소설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말에서 [ㅏ]들어가는 단어들을 다 제외하고 소설을 쓰는 것이다. 이러한 강제적 제약은 역설적으로 그 동안 나오지 않았던 다양한 잠재력들을 끌어내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저자가 표현하고 싶었던 내용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알맞는 단어를 부단히 찾는 과정을 거치거나, 아니면 내용을 수정하여 돌려서 말하거나, 또는 신조어를 만들어버리는 방법등이 있을 것이다.
건축은 다른 예술분야와는 다르게 수많은 '외적' 제약이 존재한다. 법규, 건축주의 마음, 예산, 대지,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이미 우리의 건축가들은 다양한 제약 상태에서 잠재력을 끌어내는 훈련을 많이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제약은 부정/긍정으로 나눌 수 있다. 부정문을 띄는 제약이 오히려 더 많은 잠재성을 함유한다. 예를 들면 'e가 들어가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소설을 써라'와 'e만 들어가는 단어만 사용해서 소설을 써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후자의 경우가 더 강력한 제약이 들어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탈 데카르트_이성과 그리드, 환원으로부터의 탈출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는 기계와 이성으로 대표되는 모더니즘으로부터의 탈출이라고도 볼 수 있다. 라이프니츠는 그런 사조에 아주 적절한 것이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숨쉬듯 설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그리드] 체계에 대한 의심과 탈출은 이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해체주의, 폴딩 등 생각해보면 근대성에 반대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보르헤스 [알렙]_ 두 왕과 두개의 미로
어느 바빌로니아의 왕이 있었다. 그는 건축가들과 사제들을 불러모아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너무나도 난해해서',가장 총명한 자일지라도 그곳에 들어갈 용기를 내지 못할 만한 미로를, 한번 들어갔다 가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복잡한 미로를 건설하라고 명령한다. 그 결과 전대미문의 구조물이 완성되고, 어느날 바빌로니아의 왕 앞에는 아리비아의 한 왕이 붙들려 온다. 바빌로니아의 왕은 그가 지닌 단순함을 조롱하며 그로 하여금 미로 속으로 들어가도록 명한다. 그곳에서 아라비아의 왕은 길을 잃고 헤매고, 혼란에 빠지고, 굴욕을 느끼지만, 결국 알라의 도움으로 그곳을 빠져 나온다. 그는 한마디의 불평도 없이 바빌로니아의 왕에게 자신의 나라에 또 다른 미로가 있음을 이야기하며 언젠가 그것을 보여주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는 아라비아로 돌아갔고, 마침내는 신의 가호인지 단순한 행운인지 바빌로니아의 성을 함락시키고 그 왕을 사로잡기에 이른다. 그는 바빌로니아의 왕을 가장 빠른 발을 가진 낙타 등에 포박한 채 어디론가 데려간다. 그렇게 낙타를 타고 간 지 3일째 되는 날, 그는 바빌로니아의 왕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 시간과 물질과 숫자들의 왕이여!" 바빌로니아에서 그대는 수많은 계단과 문, 벽들로 이루어진 거짓된 미로속에서 내게 길을 잃도록 만들었지만, 이제 신은 나만의 이 미로를 그대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허락하였노라. 기어오를 계단도, 열어젖힐 문도, 배회할 복도도, 길을 가로막는 벽들도 없는 나의 이 미로를"
그리고 나서 아라비아의 왕은 바빌로니아 왕의 포박을 풀고는 그를 그곳에, 그가 허기와 갈증으로 죽어갈 그곳에 홀로 남겨둔 채 돌아온다. 그곳은... 끝 닿은 데 없는 아라비아의 사막 한가운데였다.
매우 복잡하게 만들어 해맬 때의 그 불안함과 아무것도 없어 선택할 가능성이 없을 때의 그 불안함, 둘다 미로의 잠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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