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넨도의 발상
면面으로 생각한다
한발 물러선다
위화감을 만든다
균형을 무너뜨린다
보이고 싶은 것을 숨긴다
느슨하게 만든다
어쨌든 모은다
사물의 휴식 시간을 생각한다
‘타닌동’을 찾아낸다
원래 있던 것을 이용한다
2 넨도의 경영법
열심히 할수록 가난해진다?
상황의 토양을 일군다
클라이언트와 함께 키워간다
아이디어를 수확한다
*토탈 디자인, 넨도의 디자인
넨도는 토탈디자인을 한다. 제품 패키지를 부탁했다고 제품 패키지에서 끝나지 않는다. 능동적으로 고객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를 말하고 실행하려 한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품,사옥,유니폼,팜플렛 등 모든 곳에 적용하려고 한다. 어떤 컨셉을 하나의 브랜드로 밀고나가는게 주된 특징이다.
그것은 보통 몇 배 이상 매출이 상승하거나,엄청 좋은 피드백을 받는다. 그래서 다시 넨도를 찾는다. 넨도는 그냥 시키는 것을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이지만 스스로 잘 알지 못하거나 깨닫지 못한 것을 설득하고 밀고 나가고 회유하고 쟁취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포드가 말한
“내가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을 물었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을 원했을 것이다.”와 맥이 통한다.
토탈디자인은 하나의 문화/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보통 간단한 디자인 언어를 변형하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강력한 컨셉은 모든 오감과 감각적 측면에서 판단 기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디자인은 상사의 디자인이다. 유사와 상사는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에 등장한다. 유사한 것은 위계를 가진다. 자연과 자연을 따라서 그린 그림은 자연이 위에 있다. 상사는 같은 컨셉을 이렇게 저렇게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다. 유희이며, 답이 없다. 공통된 컨셉이 존재하고 오리지널이 없다.
넨도에게 제품 패키지를 부탁했더라도, 그들의 기준에 무언가 맘에 들지 않으면 제품 자체의 디자인,크기 등을 바꾸라고 권유를 받을 수 있다. 결국 그 제품의 장점이 굉장히 효과적으로 드러나면 잘 팔리기 마련이다. 넨도는 그 지점에 집중한다. 제품의 이름이 팔리지 않는 이유라고 판단되면 그것까지도 뜯어고치고 알맞게 바꾸려는 것이 그들의 힘이다. 굳이 시키지 않은 일을 하나하나 짚고 넘어간다는 것은 강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름의 어감부터 제품 생산의 공정까지 하나하나 건드리고 파악할 수 있고, 그것들을 문제제기 할 수 있었던 것이 그들의 힘이다.
*문맥
그들이 롯데 껌디자인을 맡았던 사례가 신선했다. 각 제품은 어느 정도 특이점이 와 있다. ㅇㅇㅇㅇ껌이지 결국엔 껌이다. 그래서 제품들은 자신을 요란하게 선전하고 자신의 특이함을 말하기 위해 소리친다. 화려한 색감으로 무장했다.
넨도는 그런 상황에서 눈에 띄지 않는 것. 가지고 다녀도 창피하지 않은 껌으로 바꾼다면 굉장히 효과적으로 눈에 띌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눈에 띄고 싶어할 때, 눈에 띄지 않음으로 눈에 띄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래서 로고 자체가 어떤 각도에서 보이면 안 보이게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애플 제품처럼 로고가 보이는 것이 그다지 장점이 아니라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넨도의 헤드는 건축과 출신이다. less is more 라는 말을 당연히 알고 있었겠지? 그는 어떤 상황에 무엇을 비워내야 하는지 탁월하게 선택할 줄 아는 안목,또는 안목을 가지고 있는 팀을 가지고 있다.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상황을 구체적으로 관찰하고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메겨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살려야 할지 선택한다. 지우는 것이 드러나는 방법이다. 단 하나, 통일 시켜야 할 무언가를 정하고 나면 이제 그것이 판단기준이다. 모든 선택은 그 단 하나가 기준이 된다.
* Reconstitute the everyday, 넨도의 존재 이유
Giving people a small ” ! ” moment.
There are so many small ” ! ” moments hidden in our everyday.
But we don’t recognize them.
and even when we do recognize them,we tend to unconsciously reset our
minds and forget what we’ve seen.
But we believe these small ” ! ” moments are what make our days so
interesting, so rich.
That’s why we want to reconstitute the everyday by collecting and
reshaping them into something that’s easy to understand.
We’d like the people who’ve encountered nendo’s designs to feel these
small ” ! ” moments intuitively.
That’s nendo’s job.
라고 되어있다. 그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않는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럴 수도 없다. 라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모든 날(everyday) 속에 이미 많은 영감과 감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고, 봐도 까먹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재구성(reconstitute)하려 한다. 삶의 기적과 감동들을 잘 느낄 수 있게끔 말이다. 우리의 디자인에서 !를 느낄 수 있게!
너무 멋있지 않은가.
내가 왜 넨도를 좋아하고 이와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지 느꼈다. 필자는 재밌는 것, 재밌는 종류 중에도 위트있는 것을 좋아한다. 미소지을 수 있거나 무릎을 탁 칠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중학교 때는 카피라이터와 아트 디렉터를 꿈꿨다. 넨도는 광고 DNA를 가진 디자인 회사 같다. 위트가 있고 재밌는데 깊이가 있다. 별거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대단하다. 그 속에 무엇을 덜어내고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지만 그것을 티 내지 않는다. 그저 재밌고 웃었고 깨달은 것이 있으면 됐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그들의 태도가 좋다.
한국의 넨도같은 회사, 디자인 베이스드로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게 만든 회사. 너무 멋있다.
#느슨함 속에 가능성이 있다.
완결성 있는 제품 속엔 사용자가 낄 틈이 없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이 들어갈 틈이 없다. 그건 위험하다. 사람들의 니즈와 세상의 니즈와 또는 앞서서 나가야 하는 깨달음은 항상 변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별 제스쳐를 취하지 않는 것도 많다. 그냥 본연의 성질을 강조하거나 더욱 잘 보이게 다른 것들을 빼버리는 디자인이 많은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미니멀하게 보이고 추상적으로 보이는 것도 느슨함에 대한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레고는 매우 단순하다 규칙적인 돌기에 다양한 색깔, 네모를 기본으로 한 형태, 그것들의 모임이다. 여기에 사람들은 자신만의 상상력과 구축, 목적과 위트를 첨가한다. 만약 레고가 아주 복잡한 형태의 것들을 모아놓은 거였다면 사람들의 상상력이 낄 틈은 없었을 것이다.
#사물의 휴식 시간을 생각하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사물들은 사실 사용하지 않는 기간이 훨씬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훨씬 많은 시간이 방치된다. 넨도는 이러한 시간을 ‘휴식 시간’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시간에 제품이 다른 기능을 하거나, 어떤 위트를 가지는 것을 상상한다. 특히 forest-spoon 이라는 제품에서 그들의 위트와 휴식 시간에 대한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수저는 사용되는 시간보다 사용되지 않는 시간이 훨씬 많다. 수저의 뒷부분을 나뭇가지와 새 모양의 실루엣으로 디자인하였다. 그것들이 모여 꽂혀있으니 단순한 수저가 아니라 숲이 되었다. 이것을 느꼈을 때 그 충격이란!
스푼들이 모여있다는 인지 + 스푼들은 사용되는 시간보다 꽂아져있거나 모아져있는 시간이 많다는 통찰 + 나뭇가지와 새, 귀여움
#일상의 기분을 고려하다
그러한 충격들이 모여 그들이 컨셉이라고 적어놓은 ‘!’가 되는 것이다. 어떤 일상을 경험하게 하고 느끼게 할 것인지 고민한다. 대표인 사토씨는 여행을 가도 시간을 내서 유명한대를 찾아가거나 영감을 얻기 위해 괴상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많은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가 그의 관심사다. 일상 속에 이미 비범한 순간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그것을 증명해 내는 것이 그들의 가치이고 존재 이유다. 그래서 그들은 철저히 평범함 속으로 들어간다. 그 평범함 속에 무언가 위화감이 들 때, 그것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breeze of light
바람에 대한 그들의 세심한 관찰과 철저한 분해가 엿보이는 작품. 처음 봤을 때 정말 미쳤다는 말 밖에 안나왔다. 빛으로 선선한 바람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동영상을 통해 확인해보라.
#그들의 책을 읽고 설거지를 하였다
그런 위화감을 오늘 바로 느꼈다. 설거지를 하면서인데 국자에 비누칠하며 유심히 닦고 있는데, 뒤에 항상 구멍이 뚫려있음을 깨달았다. 물론 전에도 ‘충분히 아는’ 사실이었겠지만, 유난히 ‘위화감’이 들었다. 그리고 부엌 앞에 항상 걸이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국자는 내가 잘 느끼지 못했던 ‘기구 걸이’와 짝궁이구나를 깨달았고 그 암기와 수키와처럼 서로 맞물려있는 관계라는 것을 느꼈다.
이런 깨달음을 계속해서 물고 늘어지고 최대한 정갈하게 표현하고 무언가 문제점을 찾아보려는 일련의 시간과 노력이 쌓여 넨도가 만들어졌겠구나, 라는 깨달음을 주는 설거지 시간이었다.
#인수분해 - 낯선 것들의 교접
넨도가 내놓는 디자인은 굉장히 직관적이고 무릎을 탁치게 만든다. 그래서 클라이언트들이 넨도는 우뇌적이다 라고 평하면 넨도는 자기들은 굉장히 좌뇌적이다 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갑작스러운 신의 계시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일상의 경험이나 사물을 인수분해한다. 쪼개볼 수 있는 곳까지 계속하여 쪼개는 것이다.
책에는 ‘타닌동’이라는 일본 음식으로 표현되어있다. 원래 닭고기와 계란으로 요리를 하는 덮밥(오야꼬동)이 메인이라고 한다면 타닌동은 일본어로 남남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닭고기를 제외한 다른 것들을 이용하여 만든 덮밥을 타닌동이라고 한다. 넨도가 내놓으려는 디자인은 타닌동.
그렇게 여러 가지로 쪼개진 여러 사물과 개념의 특징을 이어 붙인다. 낯선 것들의 접합이다. 전혀 교집합이 없을 것 같은 낯선 것이 결합하여 새로운 기능/기분/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는 넨도의 경영원칙인 70%의 좋은 아이디어를 꾸준히 내놓는다 라는 것과 맞닿는다. 이론적인 분석을 통한 의도적인 영감이 높은 확률로 좋은 아이디어를 발생시킨다.
# 1+1+1+1+1+1 = 10
넨도의 디자인 중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것을 모아놓는다는 것이다. 모아 놓음으로써 효과가 배가되거나 개별로 존재할 때는 없었던 기능과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쨌든 모아본다는 뜻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의자여도 여러 개를 붙여놓으면 침대가 되거나 땅이 되거나 공간이 될 수 있다. 모였을 때 의미는 +가 아니라 x가 되기도 한다.
#스피드 & 퀄리티
그들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내놓는다. 빠르게 내놓고 빠르게 실험하고 피드백 받는다.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자신들의 손이 아닌 금형을 뜨고 생산하는 사람들의 손에 빠르게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스케줄상 시제품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과 두 번 만들어보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넨도의 고객들은 하나같이 넨도에서의 빠른 작업속도에 놀라고 그 아이디어에 또 놀란다. 아이디어 자체보다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실행력과 속도에 더욱 놀라는 것이다.
넨도가 강조했던 것은 고객이 기대한 것보다 더한 것을 준다는 것이었다. 이게 정말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가 어느 위치에서 일하던 상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내려고 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엄청난 에너지로 집중해야 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을 정확히 잡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넨도는 오리엔테이션을 굉장히 공들인다. 상대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상품을 직접 써보고 접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접한 뒤에 클라이언트를 만난다. 이야기가 더욱 잘 통한다. 넨도는 그것을 ‘클라이언트와 함께 아이디어를 일구어낸다’라고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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