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착한소비 , 내 지갑 속의 투표용지
'호모 이코노미쿠스' 는 왜 경제적 손해를 선택하는가?
커피 한 잔은 내가 마시고 또 한 잔은 다른 사람에게 기부하는 까페.
사진을 한 번 찍을 때마다 소외계층의 사람들에게 찰영권을 주는 사진관.
네 곳에 불과하던 카페가 백 곳이 되고,
기부하는 가게들이 업종을 불문하고 늘고 있다.
'필요한 것을 사는 소비'를 넘어 '나의 가치를 표현하는 소비' 시대.
착한소비를 그저 이타적인 행위로만 볼 것인가?
사회 현상과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을 살펴보면서 착한소비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 1. 달콤창고
어라운드는 익명의 공간에 자기가 쓴 글을 올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쓴 글들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 플랫폼이다.어느날 어라운드에 어느 한 사용자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의 물품보관함에 초콜릿을 넣어두었으니 누구든 꺼내먹으라는 글을 올렸다.
이 소소한 나눔에 감동받은 사람들이 동참했고, 달콤한 간식을 먹고 힘내라는 의미에서 '달콤창고'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달에 5만원인 물품보관함 대여료를 기꺼이 지불하는 사람들과 가벼운 주머니를 털어 얼굴도 모르는 타인을 위해 간식을 넣어두는 사람들 덕분에 달콤창고는 전국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펴져나갔다.
달콤창고에 누가 간식을 가져다 놓고 또 가져가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 공간을 통해 익명의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마음을 나누고 있다. 어떻게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끼리 살갑게 챙겨주고 따듯한 말을 건낼 수 있을까? 이기기 위해 서로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달콤창고는 이해하기 힘들다.
# 2. 서스펜디드 까페(Suspended Cafe)
이번엔 그리스. 그리스는 2015년 국가 부도 위기를 겪으며 경제가 곤두박질친 뒤로 , 여전히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실업률은 25%에 육박했다. 이쯤 되면 모두 자기 실속만 챙기느라 각박해질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모든 그리스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리스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까페가 있다.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들이 종종 자신이 마신 커피값 외에 한잔 값을 더 지불하곤 한다. 커피를 사 마실돈이 없는 노숙자나 실직자 등 가난한 이웃을 위해 미리 돈을 내고 '맡겨두는 커피'다.
누군가를 위해 서스펜디드 커피값을 지불한 사람은 그 증표로 '힘내세요' 와 같은 응원의 쪽지를 남겨둔다.그러면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이 쪽지를 구매권처럼 사용할 수 있다.
처음 네 곳으로 시작했던 서스펜디드 까페는 이제 그리스 전역 백여 개가 넘는다. 그리스에서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던 알레판티스 씨조차도 카페가 이토록 급속도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처음에 이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간단했다. "직장과 재산을 잃고 집 밖으로 나올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커피 한 잔 하며 이웃과 어울리고 기분전환을 하라는 것" 이었다.
사실 서스펜디드 커피가 처음 생겨난 것은 그리스가 아니라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에서였다. 당시 전쟁의 공포와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생겨났는데 그 뒤로 한동안 잊혔다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다시 한 번 큰 붐이 일었다. 그리스에서 뿐아니라 미국, 영국, 호주 ,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서스펜디드 커피를 만날 수 있다.
# 3. 투포인트 커피
서울 서촌에 위치한 까페 '투포인트 커피'에서는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한다. 공정무역 커피는 실제 커피를 재배하는 농민에게서 정당한(정당하다 라는 것이 누구의 기준인지는 사실 애매하고 생각한다) 가격을 지불하고 사오는 것이다. 커피는 석유 다음으로 교역량이 많은 품목이지만, 산유국이 부유한 것과는 달리 커피를 재배하는 나라의 국민들은 매우 가난하다. 다국적 대기업과 중간 유통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면서 커피 재배농에게 말도 안 되게 적은 금액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불공정한 거래 탓에 1KG에 1달러도 못받는다.
투포인트 커피에서 사용하는 원두는 모두 아프리카 산. 그가운데서도 케냐 산이 대부분이다. 투포인트라는 이름처럼 중간거래를 없애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하기 위해 전 물량을 커피 농장에서 직수입한다. 덕분에 커피 농부는 1KG당 3~7달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공정무역 취지에 공감하는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매년 투포인트 커피가 수입하는 커피콩 물량이 30%씩 늘고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사소한 소비 행위에서도 자기만의 가치를 표현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늘고 있다.
# 4. 탐스
신발 브랜드 '탐스'는 의미 있는 소비를 하려는 사람들의 열망을 보여준다. 탐스의 창립자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다가 맨발로 다니는 수많은 아이들을 보고 그 아이들을 돕고자 2006년 조그만 신발 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신발 한 켤레를 발때마다 아르헨티나 빈곤국 아이들에게 한 켤레를 나눠주는 일대일 기부(one for one)운동을 펼쳤다.
처음 탐스의 기부 목표량은 200켤레에 불과했다. 하지만 신발 할 켤레를 구입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새 신발을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탐스 신발은 창립 6개월 만에 1만 켤레가 판매 되었고, 창립 8년이 된 2013년에는 1000만 켤레 째의 신발을 선물하였다.
# 5. 바라봄 사진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바라봄 사진관'은 고객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장애인, 미혼모, 다문화가정,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의 사람들에게 찰영권을 준다. 바라봄 사진을 운영하는 나종민 씨는 마음 편히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는 어느 장애인의 말에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사진관을 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남의 시선이 두려워 쉽사리 사진을 찍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예쁜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 나의 소비가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이라는 마음과 가치가 낳은 여러가지 모습들이다. 재밋는 것은 돈이 많다 적다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 저성장의 국면에 사람들이 팍팍하게 더욱 힘들지만 오히려 착한 소비를 위한 소비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게 사실이다.
경쟁이 아닌 협력,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 나의 이익이 아닌 모두의 이익을 위해 선택하는 것.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개인의 착한 움직임이 아니다. 윤리와 가치지향의 시대의 한 모습이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에서 할 수 있는] 스펀지 2.0 공부 잘하는 법 (0) | 2019.07.17 |
---|---|
공부기술,조승연 (4) | 2019.07.14 |
소셜 애니멀(Social Animal),'인간은 관계한다. 고로 존재한다',데이비드 브룩스 (0) | 2019.07.01 |
다시보는 어린왕자 (0) | 2019.06.22 |
다시보는 <연금술사> (0) | 2019.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