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에는 크게 세가지 종류가 있다. 시대 정신에 따라 다르게 변주되는 미로의 개념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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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 미로 - 입구와 출구가 같고 가는 방법이 한 가지인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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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적 미로 - 출구에서 입구로 가는 방법이 여러가지인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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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근대적 미로 - 출구와 입구가 없는(변하는) 미로,리좀
1. 고전적 미로 - 입구와 출구가 같고 가는 방법이 한 가지인 미로
고전적 미로의 대표적인 유행으로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미로라는 것은 존재했다. 이때의 미로는 신화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평범한 인간에서 위대한 신으로 , 가는 어떠한 시련이자 통로이다.
미로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미노타우로스 이야기.
'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 준 포세이돈 신에게 보답하기 위해 영험한 소 한 마리를 제물로 바칠 것을 약속한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분노한 포세이돈은 미노스의 아내인 파시파이로 하여금 수소와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저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끔찍하다). 여인과 수소 사이에서 당연히 인간의 몸에 소의 머리를 한 괴물이 태어난다. 그가 바로 미노타우로스. 미노스 왕은 이 괴물을 가두어놓기 위해 신화시대의 다빈치라는 장인 다이달로스에게 하여금 한 번 들어가면 빠저 나올 수 없는 미궁을 짓게 한다.'
로마인들은 곧 미로를 더 정교하게 발전시켜, 수십 겹의 통로가 서로 얽힌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 내었다. 그들은 저택이나 욕탕의 바닥을 얽힌 미로 모양의 모자이크로 장식하곤 했는데, 그 모습은 기하학적으로 정확한 원형 혹은 대다수의 경우 정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예로부터 원형과 정사각형은 우주의 근본 형태로 여겨졌다.
중세인에게 미로는 성스러운 곳으로 들어가기 위한 통로이자 의식으로 작동하였다. 미로를 따라 걸으면 그냥 가로질러야 되는 거리를 여러 구비구비 쳐가며 정해진 길을 반드시 따라가야 한다.이러한 물리적인 행위가 성경에서 말하는 교리를 그대로 지켜나가야하는 인간의 고된 과정과 매우 닮았다.
+ 우리나라 종묘에도 이런 비슷한 물리적인 장치가 존재한다. 종묘에 깔려있는 박석은 매우 걷기 불편하여 천천히 거닐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종묘의 정전으로 들어오는 출입문중 옆문은 사람키보다 낮아 허리를 구부리고 들어 올 수 밖에 없다. 사람에게 어떠한 행동을 유도함으로서 공간의 엄숙함과 경건함을 유도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로의 한가운대 넓은 공간을 남겨둔다는 점에서 맨위의 크레타의 미로와 로마,중세의 미로는 다르다. 하지만 구조가 더 복잡해졌을 뿐 생성원리는 정확히 같다. 이런 미로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번 입구로 돌아왔으면 끝까지 중앙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올 뿐이다.
고대와 중세의 문학 속에서 미로는 늘 길을 잃게 만드는 구조물로 작동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절대 길을 잃을 염려가 없는 것 또한 고전적 미로의 특징이다.
2. 근대적 미로 - 출구에서 입구로 가는 방법이 여러가지인 미로
근대적 미로는 다르다. 매번 갈림길에서 선택의 기로에 빠지게 된다. 보통 우리가 평소에 경험하는 미로는 전지전능한 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선택'이란 요소가 고전적 미로와 큰 차이가 없게 다가올 수 있지만 내가 저 미로에 갇혀있다고 가정한다면 느낌은 달라진다.
길을 잘못 선택하여 때로는 뒤로 돌아와야 할 것이고, 자신이 잘못 선택했던 것을 다시 선택하여 다시 실수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입구에 99% 다가왔지만 한번의 선택으로 다시 출구를 찾을 수 없는 경험등 어떤가? 인생살이와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한때 유럽에서는 미로 모양의 정원을 짓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 시대는 바로 17세기 바로크. 특히 영국에서 'MAZE'라는 미로 정원이 원예술의 한 장르로 확고히 자리 잡게 된다. 우리나라에도 이 영국식 미로를 만장굴 근처 김녕리 라는 곳에 어느 미국인이 만들어 놓았다. 구불구불한 길을 일렬로 펴면 1.5킬로미터에 달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제주를 나타내는 여러 상징물이 나타난다.
재밌는게 위에서 바라 보았을 때는 어떠한 상징물이나 기하학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만약 우리가 그곳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면 다른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미시와 거시, 직접과 간접의 경험차이를 주는 개념이 바로 미로이다.
예로부터 미로는 다양한 것을 상징했다. 그리스 인들에게는 영웅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 성당의 바닥에 그려져 있던 중세의 미로는 세상의 죄를 씻고 성소로 들어가기 위한 정화의식, 선택과 미혹의 가능성을 허용하는 근대의 미로는 무지의 어둠 속에서 이성의 빛으로 길을 찾아내는 과학정신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현대의 미로는 카프카나 보르헤스 ,뒤렌 마트의 작품이 보여주듯 대개 출구가 없는 부조리한 인간 실존의 알레고리로 상정된다.
3. 탈근대적 미로 - 출구와 입구가 없는(변하는) 미로,리좀
이 미로는 출구도 입구도 따로 없다. 따라서 입구와 출구를 잇는 유일한 해법 또한 없다. 헤매다가 돌아와 표시해 놓은 표식또한 어디론가 멀리 이동했거나 사라졌을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이렇게 사방으로 무한히 확산되는 미로는 안도 없고 밖도 없다. 따라서 미로 밖으로 빠져나갈 수가 없다. 아니 밖으로 나간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이라는 책에서는 이렇게 글을 끝 마친다.
'고전적 미로는 가던 길만 계속 가면 밖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퍼즐형의 근대적 미로 역시 어차피 시행착오를 통해 언젠가는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문제는 그저 '얼마나 빠르게 빠져나오는가'이다. 요즘은 컴퓨터로 미로에서 빠져나오는 최단 코스를 찾아낸다. 미로 찾기의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는 것은 초보자용 코딩 문제일 뿐이다. 문제는 우리가 처한 지금 이 세계이다. 입구도 출구도 없는 이 리좀형 미로라는 이 세상을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뒤렌마트는 미로에서 헤어 나오려면 벽 위로 올라가 미노타우로스에게 오줌을 내리 싸야한다 라고 했다. 또 미로를 극복하려면 어린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창조성에는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함이 필요하다. 만약 그의 말이 옳다면, 탈근대적 미로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차가운 길 찾기 알고리즘이 아닌 아이와 같은 천진한 창조의 놀이만이 나갈 길 없는 이 보편적 미로 속에서 제 갈길을 찾게 해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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