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mmary
그의 작업방식과 오리지널리티의 비밀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너무나 단순하고 정제된 그의 생활에 오히려 밋밋한 흰쌀죽을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수있다. 하지만 정제된 삶속에서 지속된 그의 오리지널리티의 파워는 무시할 수가 없다.
/// 장편소설과 달리기
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굉장한 지적 막노동이다. 그중에서도 장편소설은 잠깐의 총명함으로 써내기엔 물리적인 양이 많다. 물론 한 두 번은 그럴 수 있을 수도 있을 수도 있다(작가 화법이 약간 이렇다.). 하지만 그것을 몇십 년 이상 꾸준하게 써내려면 다른 덕목이 필요하다. 무라카미가 밝힌 작가로서의 장수 비결은 바로 달리기다. 35년의 작가생활 동안 거의 30년 이상을 매일매일 달리기를 했다는 것이다. 아프든 뭐든 어.쨌.든 해야 하는 일 중 하나였던 것이다.
장편소설을 계속 써내기 위해선 신체적 체력, 몸의 균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생에서 나왔던 이야기와 매우 비슷하다. 당신의 정신적인 작업과 스트레스, 그 의지와 영감을 조금 더 온전하게 잡아줄 수 있는 신체를 만들라는 것이다. 물론 달리기가 아니어도 좋다. 프란츠 카프카는 강에서 수영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당신에게 맞는, 당신의 신체와 욕망에 맞는 운동을 선택하시라. 대신 매우 꾸준히 해야 한다.
또한 그의 글쓰기 방식은 영감을 받을 때만 글 쓰고 생각날 때까지 쉬고 하는 방식이 아니다. “매일 특정시간 앉아서 몇 페이지 이상 글쓰기,” 와 같은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 장편소설을 쓰기 전
그는 아내와 재즈 까페를 했었다. 그러다 30살이 되었던 어느 날 문득 소설을 한번 써봐야겠다고 결심했고, 가게를 운영하고 난 뒤 저녁에 앉아서 소설을 쓰곤 했다. 그 소설을 써서 문예지에 냈고 당선되었다. 작가가 되도 된다는 티켓을 얻은 것이다. 그러고 난 뒤 그가 전업작가가 되기로 했을 때, 그는 가게를 정리했다. 온전히 글쓰기에만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실천하는 에센셜리스트다. 무엇을 더하지 않고 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기 위해선 나머지 것을 버려야 한다. 그가 버린 것은 잘 운영되고 있던 가게이며, 출판사로부터의 원고 청탁, 세상의 관심 등 글쓰기 이외에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였다.
아무리 좋아 보이고 (글쓰기 청탁 같은 경우 많은 작가가 전업작가를 하기 위해서 미리 돈을 받고 글을 쓰는 것이다. 꽤 좋은 것 아닌가?) 나에게 필요해 보여도 자신의 가장 중요한 것 (장편소설 쓰기)에 방해가 되는 무언가를 모두 제거했다. 청탁을 받으면 분명 독촉을 받을 것이다. 무라카미는 그러한 압박을 견딜 수가 없었다.
/// 오리지널리티
어떤 인간의 근원, 그 사람의 고유성을 우리는 오리진이라고 한다. 한 인간이 가진 강력한 오리지널리티는 어떤 경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공유되고 영향력을 미친다. 무라카미가 쓴 소설이나, 스티브 잡스, 더 뒤로 돌아가서 역사의 수많은 인물이 일궈낸 열정과 생각들은 그들이 죽어도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수많은 유명한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쉬울 것이다. 이순신 또한 오리지널리티다.
이러한 오리지널리티는 현대로 올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회사라는 것이 붕괴되고 개인화가 가속화되고 개성이 더욱 존중되는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준비하는 아는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은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이다, 이런 아무것도 아닌 이모티콘을 그려서 팔고 누군가 사줄 수 있다는 세상이 됐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렇다.”
그렇다. 당신이 세상에 무언가를 팔고 그것으로 생활하고 더 잘되면 부자가 되는 길이 더욱 다양해지고 자유로워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오리지널리티는 더 이상 어떤 소수만이 추구하는 전유물이 아니다. 피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피할 수 없는 세상이 점점 다가온다.
무라카미는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뇌 신경외과 의사 올리버 색스는 [화성의 인류학자]라는 책에서 오리지널한 창조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창조성에는 지극히 개인적이라는 특징이 있으며 강고한 아이덴티티와 개인적 스타일이 있어서 그것이 재능에 반영되고 녹아들어 개인적인 몸과 형태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창조성이란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 기존의 견해를 타파하고 상상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날갯짓하면서 마음속으로 완전한 세계를 수없이 다시 만들고, 나아가 그것을 항상 비판적인 내적 시선으로 감시하는 것을 말한다.
…. 내 생각에는 이렇다는 이야기입니다만,특정한 표현자를 ‘오리지널’ 이라고 표현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건이 채워져야 합니다.
(1)다른 표현자와 명백히 다른 독자적인 스타일(사운드든 문체든 형식이든 색채든)을 갖고 있다. 잠깐 보면(들으면) 그 사람의 표현이라고 (대체적으로)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2)그 스타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버전 업 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과 경과와 함께 그 스타일은 성장한다. 언제까지나 제자리에 머물 순 없다. 그런 자발적-내재적인 자기 혁신력을 갖고 있다.
(3)그 독자적인 스타일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일반화하고 사람들의 정신에 흡수되어 가치판단 기준의 일부로 편입되어야 한다. 혹은 다음 세대의 표현자의 풍부한 인용원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서 재밌게 생각한 건, 2번 항목인데, 오리지널리티란 단발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물론 예외란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하나의 스토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되고 회자되고 열광하게 되면 그것은 오리지널리티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반 고흐는 살아생전 성공하지 못했다. 그가 불멸의 오리지널리티를 갖게 된 것은 그의 사후이다. 같은 작품이었지만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었느냐 아니었느냐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지속성과 대중. 그렇기에 무라카미는 두 가지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지속성을 위해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집중하여 몇 페이지 만 매일매일 쓰는 것이다. 잘되는 날이든 안되는 날이든 똑같다. 그리고 달리기를 한다. 달리기는 그의 인생에 매우 중요한 리츄얼이다. 달리기와 글쓰기는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렇게 매일 같은 고된 노동을 하기 위해선 (작가는 글쓰기가 무언가 아주 느리고 꼼수를 부릴 수 없는 고된 노동 같다고 이야기했다.) 건강한 육체의 상태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중에 대해선 자신의 작품을 읽어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 그리고 문예계에 대해선 무시 아닌 무시로 자신의 멘탈을 잘 관리하고 있었다.
/// 피드백에 대하여
작가에겐 어렸을 때 결혼한 아내가 있다. 그는 작품을 다 쓴 다음 아내에게 항상 피드백을 받는다고 한다. 자신에게 솔직히 이야기를 해줄 수 있고, 자신이 믿는 대상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저자가 한 말 중에 영감을 주었던 건, 어떤 이에게 피드백을 요청하여 피드백을 받았을 때 자기는 그것을 반드시 고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것이 맞다고 생각하든 틀리다고 생각하든 일단 고친다고 한다.
의아하지 않은가? 물론 상대방이 준 피드백이 이해가 가고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감사한 마음으로 고칠 텐데, 이해가 되지 않고 그것이 완전히 아니라고 생각할 때 또한 피드백 받은 부분을 고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누군가 어떤 것을 지적했을 때는, 거기엔 말로 담기기 어려운 부자연스러움이 존재하기에 지적을 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 뭔가 미세하게 턱턱 거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말을 하는 것이라는 그 생각이 참 재밌었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항상 피드백을 받은 대로 고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좀 짧게 쓰면 좋겠는데?”
라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작가가 생각하기엔 피드백해준 사람의 말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고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고친다. 하지만 짧게 고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길게 문장을 늘려버리기도 한다. 그렇다. 하지만 그는 반드시 지적받은 부분을 손본다.
건축을 하고 수많은 다이어그램을 만들고 많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상사나 동료로부터 대부분 피드백을 받을 때, 정말 이런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한 것 같다. 그 사람이 지적하는 부분은 뭔가 부자연스럽거나 마음속 어딘가에서 미세하게 무언가가 걸린 것이다. 그렇기에 ‘스읍..’하면서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다. 그런 말들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그냥 넘기면 안 된다. 그렇다고 무작정 그 사람이 나보다 더 잘하고 잘 알고 아니면 책임을 지니까 곧이곧대로 따라야겠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그런 생각으로 고치다 보면 당신의 오리지널리티는 약해지고 당신 작품이 당신 것이 아니게 된다. 중심은 유지하면서도 반드시 고치긴 고친다고 생각해야한다.
…..그녀의 비평에는 ‘아닌 게 아니라 그렇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라고 수긍이 가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게 수긍하기까지 며칠씩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또한 ‘아니, 그렇지 않아. 내 생각이 옳아’라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 삼자의 도입’ 과정에서 내게는 한 가지 개인적인 규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트집 잡힌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어찌 됐건 고친다’ 는 것입니다. 비판을 수긍할 수 없더라도 어쨌든 지적받은 부분이 있으면 그곳을 처음부터 다시 고쳐 씁니다. 지적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조언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고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방향성이야 어찌 됐든,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아 그 부분을 고쳐 쓴 다음에 원고를 재차 읽어보면 대부분의 경우, 이전보다 좋아졌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내가 생각건대, 읽은 사람이 어떤 부분에 대해 지적할 때, 지적의 방향성은 어찌 됐건, 거기에는 뭔가 문제가 내포된 경우가 많습니다. 즉 그 부분에서 소설의 흐름이 많든 적든 턱턱 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내가 할 일은 그 걸림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제거하느냐는 작가 스스로 결정하면 됩니다. 설령 ‘이건 완벽하게 잘됐어. 고칠 필요 없어’라고 생각했다고 해도 입 다물고 책상 앞에 앉아 아무튼 고칩니다. 왜냐하면, 어떤 문장이 ‘완벽하게 잘됐다’라는 일은 실제로 있을 수가 없으니까.
…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떤 문장이든 반드시 개량의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아무리 ‘잘 썼다' ’완벽하다’라고 생각해도 거기에는 좀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다-장편소설 쓰기, 158p~1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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