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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_알랭 드 보통

 

 

#목차

 

01 낭만적 운명론

02 이상화

03 이면의 의미

04 진정성

05 정신과 육체

06 마르크스주의

07 틀린 음정

08 사랑이냐 자유주의냐

09 아름다움

10 사랑을 말하기

11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는가?

12 회의주의와 신앙

13 친밀성

14 “나”의 확인

15 마음의 동요

16 행복에 대한 두려움

17 수축

18 낭만적 테러리즘

19 선악을 넘어서

20 심리적 운명론

21 자살

22 예수 콤플렉스

23 생략

24 사랑의 교훈



#이상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 [나 같은 사람이 사랑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이 드는 대상으로 바뀐다. 여기서 실제로 상대가 그러한 사람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그런 감정이 드느냐, 이성의 마비가 오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가지지 못한 상대방을 더욱 완벽하게 그려내려 한다. 어떤 연예인을 보며 이슬만 먹게 생겼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것은 이러한 이상화의 과정을 나타낸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하고 이상적인 사람이어도 기존의 가지지 못한 불안정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상황으로 들어오게 되면 마음이 바뀌게 된다. 

 

#당신은 그/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는가?

 

내 사랑이 무엇을 가졌느냐는 질문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상대에게서 무엇을 보느냐이다. 덧니,치열,미소,돈,어른을 대하는 태도,인사하는 방법 등등 우리는 우리의 프레임에 따라 같은 대상을 아주 긍정적으로 또는 아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상태이냐인 것도 사랑을 시작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항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사랑의 대상을 우상화/이상화한다. 그럴 수 있는 상대여야만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사람이 반드시 객관적으로 아름답거나 잘생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이다.

 

이러한 사랑의 착각,나만의 이미지를 제작하는 과정이 점점 없어지는 그 순간은 사랑도 점점 약해지는 순간이다.

 

#마르크스주의

 

여기서 마르크스는 공산주의자가 아니고 미국의 개그맨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존경하고 우러러보고 사랑하는 당신이 만약에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더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이 감정은 자기혐오 또는 겸손에서 비롯된 것이다.어떻게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자기와 같은 레벨로 내려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느냐는 반문이다.

 

흔하게 내가 정말 사랑해서 온갖 구애를 통해 사귀게 되면 이제는 반대로 상대방이 나를 더 좋아하고 나는 조금 시들해지는 상황은 우리의 연애에서 정말 흔히 일어나는 사건이다.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우리 멋대로 우상화한 상대만을 사랑의 대상으로 시작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거의 제대로 알지 못해야만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오랫동안 친구사이 였다가 커플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사귀고 난 뒤에 그/그녀는 친구일 때와 다른 사람일 테니 말이다.



#애정이 식었음을 둘 다 알고 있다.

 

한 사람의 애정이 식었을 때, 우리는 다양한 신호로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끼리 구축해온 말이나 장난,농담을 마치 무슨 말인 양 반응한다든지, 차갑게 밀어내는 것들은 아주 정확한 신호다.

 

아직 사랑이 남아있는 사람은 그럴수록 자신들만의 의식과 상대가 나를 좋다고 해주었던 모습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집착,예전의 날 사랑해주었던 행동과 말을 하려 할수록 그 점이 바로 사랑을 줄어들게 만드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안다고 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나를 버리고 달라진다는 것 자체도 새로운 도박이고 예전의 나를 사랑해주었던 모습으로 바뀌는 것은 희망 없는 도박이다.

 

#헤어졌을 때

 

헤어짐을 당한 사람은 두 가지 극단적인 방향으로 자신을 생각한다.

 

헤어짐을 당한 사람은 자신을 향한 테러를 통하여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려 한다. 그리고 나를 버린 상대에게 죄책감을 주고 싶어한다. 그 죄책감으로 상대방이 돌아오리라는 가망 없는 희망을 품고 말이다.

 

자살을 통하여 내 사랑을 증명하는 것. 그것만이 그녀에게 내 사랑을 증명하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비타민 약을 잔뜩 먹고 구토를 한다. 자살 기도가 실패한 것이다. 그렇게 토하고 나서 그는 예수 콤플렉스에 빠진다. 순교자라는 의식. 굉장한 오만, 높은 곳에서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나는 너를 위하여 , 우리의 사랑을 위하여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다.”

 

#금욕주의와 낭만적 실증주의

 

사랑에도 지혜라는 것이 들어올 수 있을까? 우리가 회사생활 식사 방법 인간관계에서 지혜를 얻어 적용하려 하듯이 사랑에도 그럴 수 있는 것일까? 

 

매번 하는 사랑에 크게 상처 입거나 나쁜 감정들이 반복된다면 사랑에도 지혜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금욕주의는 사랑을 고통과 불합리성으로 단순화하여 애초에 그것이 일어날 상황을 만들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산에 들어가서 풀뿌리를 캐 먹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지 않음으로써 사랑의 스파크가 일어날 법한 상황과의 접점을 피한다.

 

하지만 우리 내의 사랑은 지하철 맞은편의 어떤 사람과의 눈 스침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이것을 피하려면 성경 구절처럼 눈을 뽑아야 한다. 좋은 향기에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면 코를 뽑아야 하는 것이다. 과연 이게 사랑의 지혜로운 해결책이란 말인가?

 

금욕주의는 사랑의 불합리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사랑의 불합리성이 가지고 있는 불가피성을 외면한다.

마담 보바리에게 낭만적 실증주의의 지혜는 지혜로 남아있을 뿐이다.지혜를 아는 것과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낭만적 실증주의는 사랑에 대한 교훈을 내리려 하고 사랑을 해석한다. 우리가 우리를 핍박하는 대상을 사랑하는 이유는 어렸을 적 불완벽한 부모님을 바꾸려는 마음의 전이라는 식이다.

 

낭만적 실증주의는 사랑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사랑 그 자체에 참여하지 않고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



#낭만적 테러리즘

 

상대의 사랑이 식은 걸 느낀 사람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무력해지거나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 우리가 사랑했을 때 좋았던 것들을 집요하게 반복하는 것이다. 행복한 분위기 속에서 먹었던 레스토랑이 가야 한다고 집요하게 주장하는 식이다.

 

낭만적 테러리즘은 운명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랑을 갈구하여 원하는 결과(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어떤 감정,또는 행동)를 얻는다고 하여도 우리는 그 결과를 폄하할 것이다. 그것은 진실한 것이 아니라고 절망할 것이다. 그렇다고 상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군다면 우리의 사랑을 향한 테러리즘은 더욱 심해지게 된다.

 

만약 이것이 연애 초창기의 귀여운 의미의 투정이나 질투라면 상관없겠지만, 내가 정확히 상대의 어떤 무언가가 죽어버렸음을 느끼고 하는 행동이라면 필연적으로 패배할 것이다.

 

#자살

 

알랭 드 보통은 연인 클로이와 헤어진 뒤 자살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비타민제였다. 그 이후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세상을 수용하는 것뿐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연인에게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 없이 못산다는 제스쳐를 취하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일 수 있겠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자살의 행동은 상대방의 연민과 사랑에 커다란 깨달음, 그리고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라면 그것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저 결과는 상상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순교자

 

헤어진 다음 할 수 있는 것은 극단적인 겸손함 또는 극단적인 오만함이다. 순교자의 감정, 예수 콤플렉스는 극단적인 오만함과 연결되어있다. 나는 당신을 이만큼이나 사랑한다. 당신을 위해 죽을 수도 있었고, 정말로 그런 시도를 했다. 나는 피해자이자 순교자이다. 

 

겸손함이나 오만함 모두 부재에 대한 무력한 상황에 대한 반응이다. 내가 정말 부족해서 떠났다든지 내가 이렇게 사랑함에도 당신이 떠난 건 당신이 정말 바보 같아서이다. 라고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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