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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_프란시스 베이컨

그를 표현주의 작가라고 부르는 걸 안다면 아마 무덤에서 슬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리얼리스트로 여겼다.

 

 

[폭력성]

책에는 컬러 그림이 없다.................................제발 왜그러는 것일까.

 

그의 그림은 누가 봐도 폭력적이다. 괴상하다. 괴기하다. 으스스하다. 무섭다. 징그럽다. 불쾌하다. BBC의 인터뷰 영상에선 그것이 1945년의 세계대전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연관하여 말한다. 책 자체에서는 그런 이미지를 고의로 만들어 낸다거나 일부러 징그럽게 그린다는 말은 일언반구도 없다. 

 

[실제]

 

절대적인 실제란 것이 있을까? 그의 작업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한 작품이 아닌 자신 안의 이미지를 구현해내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realistic =/real, 실제적인 것과 실제는 다르다고 말하는데 정확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제]

 

현대의 많은 예술가들이 길을 잃는 이유는 그들이 무엇을 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다.그가 그림을 일찌감치 시작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그림을 그릴만한 주제가 없었기 때문이다.피카소의 작품에서 큰 영감을 얻어 그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린다. 어떻게 다른 사람이 무엇을 느끼는지 알고 다른 사람을 위해 그림을 그린단 말인가? 철저하게 자신의 이미지에 집중하여 그림을 그릴 뿐이다.

 

[그렇다면 그의 주제는 무엇일까?]

 

 모호하지만 명확한 실제 (real)를 그리길 원한다고 하였다. ‘삽화적’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삽화적인 그림은 그가 그리고자 하는 그림의 대척점에 있다. 삽화를 거부하였다. 삽화란 그저 외관을 재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인공적이고 왜곡된 표현을 통해 오히려 더욱 본질적인 이미지에 더욱 접근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게 그린 그림이 더욱 실제와 가깝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그린 많은 초상화는 그의 주변 인물들, 또는 자기 자신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성격까지 초상화에 담기길 바랐기 때문이다.  

 

[우연성]

'분출하는 물'

우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제.물감을 집어 던지는 과정. 그리고 그는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작업한다. 위의 그림은 원래 부서지는 파도에서 얻은 이미지를 그려내려고 한 그림이다. 가운데 물감을 집어던지며 작업하면서 그런 이미지를 얻지 못하였다. 하지만 우연하게 얻은 저 이미지에서 분출하는 물의 느낌을 얻었고 그렇게 새로운 영감을 얻어 저 그림이 탄생하였다.

 

그는 애초에 어떤 구조를 띠고 그림을 시작하긴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우연성, 완전한 절망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더욱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말하였다. 그가 그리는 최종적인 이미지는 그 또한 알 수 없다. 

 

[비명]

정확한 이름은 '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켄티우스 10세의 초상' 그는 최고의 초상화로 왼쪽의 벨라케스의 초상화를 뽑았다. 저 색채에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를 통해 프란시스베이컨을 처음 접했었다. 그리고 다음 작품을 통해 베이컨을 알게 되었다. 절규 자체가 인간을 삼켜버린 이미지는 뭉크의 절규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질 들뢰즈는 그의 그림을 보고 인간의 신경계에 직접 전달하는 느낌이라고 평가하였다.

 

감각기관 중 촉각밖에 없는 더욱 말초적인 그 감각을 말이다.

 

베이컨이 이 그림에서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모네의 그림처럼 저 입에서 모든 것이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실패했다고 한다. 

 

[먼지]

 

그의 작업실은 20년간 단 한 번도 치우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창고를 그냥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미지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는 그러한 카오스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것을 선호하였다. 그리고 그런 작업실에서는 대량의 먼지를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그가 누군가의 초상화를 그릴 때 양복의 질감을 작업실의 먼지로 표현한 게 시발점이었다. 먼지의 속성 중 하나는 영원성. 먼지는 그 자리 그대로 먼지로 남아있는다. 

 

[피카소와 마티스]

 

그에게 마티스는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했다. 삶을 그저 친절하고 아름답게만 표현하려 했다는 것. 삶의, 실제의 잔혹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삶은 끔찍한 고통과 비극이라는 것이 그의 기본적이 생각이었으리라 쉽게 예측해볼 수 있다.

 

[초상화,자화상]

 

그의 초상화를 보면 누구 하나 제대로 그려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당연히 알 수 있다. 멧돼지의 뿔이 달려있기도 하며, 잇몸과 이빨이 피부를 뚫고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그는 사람의 외관이 아닌 그가 지닌 에너지, 그의 본질을 그리고 싶어 했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을 그리지 않았다.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서 그림을 그리려 하였다.


[삼면화에서 느껴지는 감정]

왼 : 베이컨 십자가 책형 오 : 렘브란트 도축장

그의 십자가 책형 그림은 유명하다. 그는 기독교인이 아니다. 이런 종교적인 색채를 의도하고 그렸냐는 말에 그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정육점에 걸려있는 고기, 그 전에 도륙당하기 전 소의 모습과 십자가 책형을 받는 인간의 모습에서 인간과 동물의 구분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책의 제목처럼 왜 나는 저기에 걸려있지 않은지 묻는 것이다.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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