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정신병리학자의 환자들 이야기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책은 흔하지 않다. 다양한 병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인간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기억이 없는 인간은 과연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내가 보지 못한다고 존재 하지 않는 것일까? 등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깊은 질문들이 튀어나오게 된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는 남자
기존의 신경과학은 좌뇌만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왜냐하면 좌뇌 연구가 더 쉽기 때문이다. 좌뇌는 온·오프처럼 반응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뇌는 연구하기가 까다롭다. 그래서 아예 연구에서 배제했는지도 모른다.
p 선생은 음악 선생님이다. 그림도 꽤 잘 그리고 음악적 능력은 더 말할 것이 없이 뛰어나다. 굉장히 똑똑하고 기민하다. 하지만 그는 얼굴을 인지하는 법을 까먹어버렸다. 그가 얼굴을 인지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도 까먹었기 때문에 그는 무엇이 문제인지 인지하지 못한다.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이 슬픈 일인지에 대한 인지조차 할 수가 없다. 보는 이들만 미칠 노릇이다.
그는 형태가 정해져 있는 정물을 더욱 잘 기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얼굴과 같이 여러 가지 특질이 변화하는 형태는 쉽게 인지하지 못하였다. 그는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학생들을 보지 못하고, 그가 말을 하거나 특이한 행동을 할 때 “오 ㅇㅇㅇ이로구나?”라고 인지하곤 하였다. 그렇다.그는 얼굴이라는 개념을 뇌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1945년에 멈춰버린 남자
코르사코프 증후군으로 인한 역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이다.
과연 영혼이란 것이 존재하는가. 1945년 전에만 기억이 존재하는 남자. 그래서 이 남자에게는 내 주변 사람들이 너무 갑자기 늙어버려 놀라게 되는 등의 일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올리버 색스는 간호사들에게 묻는다. “그에게 영혼은 있는 것인가?” 아주 예의에 어긋나는 말처럼 들리지만 그의 행보를 보았다면 그렇게 쉽게 욕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간호사들의 대답은 성당에서 그의 모습을 관찰해보라는 것이었다. 거기서 그는 끊어진 사람이 아닌 연결된, 오히려 다른 세속의 사람들보다 의식과 기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 그는 종교 안에서만큼은 그의 영혼을 회복하는 것이다. 예술, 특히 음악 또한 그가 연속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어가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음악이라는 예술의 특징 자체가 현재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잘 작용한다고 분석할 수도 있겠다. 그는 종교와 예술 안에서는 연속성을 찾았다. 시간을 공간화시켜 의식을 연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일상생활에선 1945년에 머물러있다.
*결핍과 과잉에 대하여
결핍은 사람들이 쉽게 병으로 인지한다. 하지만 과잉은 뭔가 이상하다고만 말하지 병이라고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인지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선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버릇이 있다. 그것이 수많은 병이나 증상들을 무시하게 했고, 병리학에서는 그들을 정신병원에 집어넣게 했다. 단지 의사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시대가 지나갈수록 인류가 발전한다는 것은 이러한 무지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병으로 대우받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다시 돌아와서 과잉 또한 병이다. 감정의 과잉, 기억의 과잉, 생각의 과잉, 반응의 과잉 등은 병이다. 하지만 묘하게 이러한 과잉이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될 때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이것을 치유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투렛증후군,익살꾼 레이 틱
투렛증후군은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뇌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생긴다. 뇌의 깊숙한 곳은 우리의 본능과 충동을 담당하는 장소이다. 그곳의 과잉이 투렛증후군을 일으킨다고 한다.
레이는 “제기랄!”하는 말이 시도 때도 없이 한다. 아내와 잠자리를 가질 때 또한 그런 말이 튀어나오곤 한다. 그가 유일하게 안정화 될 때는 음악에 자신의 몸을 실거나, 특정한 순간 완전한 이완 상태 뿐이다. 투렛증후군에서 볼 수 있는 강한 공격성과 경쟁성이 그의 인격을 지배한다. 그는 드러머이다. 투렛은 그의 드럼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빠른 박자와 야성미 넘치는 연주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이렇게 과잉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의 이러한 성질을 약물을 통하여 조절할 수 있었다. 할돌을 투여하는 것이다. 할돌을 투여하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그는 얌전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도전적이고 혈기 넘치는 성질까지 완전히 앗아갔다. 그래서 그는 더는 드럼 연주에서 인기를 얻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고민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연주를 할 때는 할돌을 끊었다. 그러자 그의 옛날 야수성이 드러나게 되었다.
이렇듯 과잉은 아이러니를 가지기도 한다.
*정체성에 관하여
환자들의 증세를 보면 우리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특히 기억과 관련된 환자들을 보면 과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자신에 대하여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기에 끊임없이 주변 사물을 보며 이야기를 지어내야만 하는 환자가 있었다. 그런 환자는 자신에 대한 통일성이나 연속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개개인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 사람에 대해 더욱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의 속 깊은 ‘기억’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앞의 환자는 그것이 없다.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스스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의 가장 비극적인 사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어야한다는 의지와 인식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결핍이 아닌 완전한 무지의 상태. 백지의 상태인 상대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바랄 수 있겠는가?
*저능아에 대하여
우리가 저능아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나이 때에 ‘응당’해야 하는 일들을 못 하는 사람을 말한다. 말을 잘 못하거나, 일상생활과 관련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자폐증세로 많이 나타나며 그들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힘들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특정한 것에 비상한 능력을 보통 발휘한다. 어느 하나가 지독하게 막혀있으니 다른 하나가 지독하게 발달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예를 들면, 어떤 쌍둥이 형제는 숫자에 대하여 비상하게 발달하였다. 생긴 것이나 행동하는 것만 보면 누가 봐도 저능아겠구나 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그들이지만, 숫자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눈빛과 분위기가 바뀐다. 그들은 몇천 년 전의 특정요일의 날짜도 아주 빠른 시간안에 말할 수 있고, 몇십 자리의 소수도 바로 이야기할 수 있다. 더욱더 특이한 것은 그들이 계산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1+1=2 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숫자에 능하고 숫자를 사랑한다.
이런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지만 이때 당시의 유행은 사람을 전인으로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 쌍둥이 형제를 떨어뜨려 각기 다른 병원에 수용하고 그들에게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쳤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가까스로 엄청나게 혼나가면서 물건을 찍고 거스름돈을 계산하는 사람이 되었다. 어느 정도 사회에 적응한 것일까? 하지만 그들은 수에 대한 열정과 능력을 깡그리 잃어버렸다.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배타적이다. 머리로는 받아들여야지 하면서도 마음 깊숙이 배타적이다. 그래서 그들을 우리와 같이 평범하게 만들고 싶어한다.
저능아들의 특징은 추상적 범주화에 약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거의 하지 못한다. 그들의 세계는 구체성의 세계다. 구석기 시대의 그림을 보자. 굉장히 디테일하고 섬세하다. 글을 알고 정착하기 시작한 신석기 시대의 그림은 다르다. 사람이 사람 같지 않다. 굉장히 추상적으로 바뀐다. 지금 세계도 그러하다. 그래서 우리는 구석기 시대에 있는 것 같은 그들을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그들은 구체적이기에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쉽게 보고 표현한다. 이런 그들의 재능을 잘 보듬어 줄 수 있는 기관이나 문화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하고 저자는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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