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그 억울함조차 잊어버릴 법한 수많은 수용소의 시간. 자신이 자유를 원했는지조차 잊어버릴 법한 악한 상황과 환경. 희멀건 한 양배추 죽과 이백 그램의 빵을 바라보며 사는 삶. 십 년의 수용 생활 후에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다시 십 년형을 받아 사는 삶. 그것이 단지 어느 한 독재자의 변덕과 말 한마디로 그렇게 된다는 것에 대한 자조감.
양배추 죽과 빵을 먹기 위해 독방에 가지 않기 위해 해가 떠 있는 동안 지속되는 노역. 그나마 그 노역이 수용자의 몸을 덥히고 시간을 좀 더 빠르게 흘러가게 한다. 그러한 노역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살린다. 거기에 온전히 집중하게 한다. 수용소의 삶에서도 어느 한 가지에 몰입했을 때의 기쁨은 뺏을 수 없는 것이다.
지독한 추위 물리적 환경의 부족함은 사람의 마음을 얼어붙게 한다. 더더욱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추위에 난방도 안 되는 콘크리트 방안에 홑이불로 날을 버티는 그들은 어떠했을까.
사람은 부당함을 견뎌낼 수가 없다. 자신이 이런 일을 왜 당해야 하는가 하는 분개가 계속 치밀면 그 장소와 환경엔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수용소의 삶에서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자신의 위신과 생활을 좋게 하는 방법은 있다. 간부를 돈과 아부로 구워삶아 자리를 꿰차거나 탈옥에 성공하거나(성공한 사람이 없다) 죽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당함을 잊어버리는 것. 자신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는지에 대한 기억조차 아득해지는 순간 또한 부당함을 이겨내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감정을 망각해버리면서 극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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