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교수가 지서재(지식인의 서재, 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 네이버에서 운영했던 책 추천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계속 품고있는 책이라고 밝혀서 보게되었다. 또한 김훈은 그만의 독특한 필채와 관찰력을 가지고 있다.
-보편적 죽음과 개별적 죽음의 차이
개개인에게 개개인의 죽음은 개별적이다. 하지만 전쟁이나 세상에서는 보편적 죽음이다.
그는 사선에서 아군과 적군의 죽음을 바로 직시해야 하는 장수다. 적들의 죽음은 그에게 보편적인 죽음이다. 하지만 그들 하나하나는 개별적인 죽음을 죽는다. 보편적인 죽음에서 안 보이던 것들이 개별적 죽음에서는 보인다. 그들은 울부짖고 침을 흘리고 분개하고 당황하고 그리워하고 사랑하다 죽는다. 전쟁 속에서 개별적 죽음은 보이지 않는다. 칼의 노래에 나오는 이순신은 그것을 목도한다. 하지만 더 깊게 생각하지 못한다. 다음을 위해 훈련도 해야 하고 다시 보편적 죽음을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적의 수급과 백성의 수급 그 구별
전쟁에서 수급은 장수들의 공로를 인정받는 중요한 증거품이다. 그래서 전쟁이 끝난 후 수급을 베어 고리짝에 5개씩 담는다. 소금을 가득 넣는다.
수급만 보면 이것이 적군의 수급인지 우리 아군의 수급인지 적에게 끌려가 고된 노역을 했던 아군 포로의 수급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하지만 각국의 장수들은 그렇게 자른 머리를 가지고 자신의 왕에게 돌아가 칭찬을 받고 상을 받는다.
무엇보다 적과 아군의 구별이 뚜렷할 것 같은 전장에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의미
그는 명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조국의 왕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왜적에게는 더더욱이 그러하다. 그리고 조정을 능멸한 죄로 아랫도리가 으깨어지고 왜 왕을 능멸했는지 대답하라고 강요를 받는다. 단지 조국을 위해 단 한 번도 지지 않았을 뿐이고 큰 승리를 거두었을 뿐인데 왕을 능멸한 것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적도 , 나의 조국도 인정하지 않는 나의 행동을 계속하기란.. 백의종군을 끝내고 다시 조정에 부름을 받는 그에게 무의미란 마음속에 계속 남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다.
조정이 명나라에 의지하여 자신을 천시해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명에서 뒤에 병풍처럼 와서 적의 수급을 받아만 갈 때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앞의 적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자신의 죽음을 계속해서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기댈 곳이 없는 자
꼿꼿이 서서 홀로 서 있어야 했던 이순신. 조금이라도 그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두 개의 칼과 면사첩
자신의 칼과 왕이 하사한 칼, 그리고 면사. 죄를 면해준다는 것이다. 죄가 없음을 밝힌 게 아니라 네가 죄가 있지만 죄를 사하여 준다는 말이다.
그는 자신의 토방 잠자리에 저것들을 항상 걸어 두었다.
-비린 젖 냄새와 젓국 냄새
비린 젖 냄새는 자신 때문에 왜놈에게 쫒기다 죽어버린 아들 면에 대한 추억이 담겨 있는 냄새이다. 그가 함경도에서 근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면은 이미 한 살이 되어있었다. 그의 눈매와 눈썹을 닮은 아들을 보며 소름이 돋으면서 한편으로는 서글펐다. 사내놈이라고 무언가를 부수며 노는 모습을 보며 자신과 닮았음을 느끼고 다시 서글퍼한다.
-죽음의 순간
죽음은 순식간이다. 그것을 표현하는 작가의 방법이 놀랍다.
"당장 급한 적진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다가 갑자기 왼쪽 심장이 무거움을 느낀다. 그렇게 이순신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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